이 상담 기록은 19세 미만 자녀가 성폭력 피해를 입어 수사기관에서 진술 영상녹화를 마친 보호자를 위해 정리했습니다. 이런 보호자들은 "영상으로 다 말했는데 아이가 법정에 또 나가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합니다. 녹화를 왜 하는지와 어떤 절차로 하는지는 이미 여러 글에서 다뤘으므로, 이 기록은 녹화 이후 재판 단계에서 아이의 진술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만 다룹니다. 아래 조문 내용은 작성 시점 기준입니다. 실제 사건에는 사건 발생 시점과 재판 시점의 법령이 함께 적용될 수 있으므로 현행 조문과 연혁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1. 수사 단계 영상녹화물만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까?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며, 피고인 측이 아이를 신문할 기회를 가져야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예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영상물에 담긴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을 조사 과정에 함께 있던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법정에서 진정하게 성립되었다고 진술하면 증거로 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 12월 23일 선고된 2018헌바524 위헌 결정은 이 규정 중 19세 미만 피해자에 관한 부분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2023년 법 개정으로 제30조의2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19세 미만 피해자등의 진술 영상녹화물은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녹화된 것이어야 하고, 그 밖에 증거보전기일·공판준비기일·공판기일에 피의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에 증거가 됩니다. 여기서 19세 미만 피해자등에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도 포함됩니다. 조문 전문과 시행일, 부칙의 경과규정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성폭력처벌법을 검색한 뒤 연혁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단의 핵심은 신문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가 아니라 신문할 기회가 주어졌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수사 단계에서 녹화만 마치고 증거보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건이라면, 공판에서 아이를 증인으로 부르는 방식으로 그 기회를 보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고인 측이 영상녹화물을 증거로 쓰는 데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도 재판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공판준비 단계의 진행 상황을 담당 검사나 변호사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2. 법정 증언 대신 더 이른 시기에 신문을 끝낼 방법이 있습니까?
있으며, 성폭력처벌법 제41조의 증거보전 특례를 이용하면 공판 전에 판사 앞에서 신문을 마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19세 미만 피해자등이나 그 법정대리인,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에게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른 증거보전 청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개정 조문은 19세 미만 피해자등이나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면 검사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보전을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증거보전기일에 이루어진 신문이 제30조의2의 요건을 채우려면, 법원이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반대신문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증거보전을 요청할 때는 아이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진술을 확보하려는 목적과, 재판이 길어질 때 아이가 받을 부담을 담당 검사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청 여부와 진행 상황은 담당 검사실이나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와 피해자 지원 일반 안내는 대검찰청 누리집의 범죄피해자 관련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판단할 기준은 시기와 반대신문의 충실성입니다. 증거보전기일에 피의자 측 변호인이 충분히 질문할 수 있었다면 공판에서 같은 내용을 다시 묻기 위해 아이를 부를 필요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피의자 측 참여가 형식에 그쳤다고 평가되면 그 신문은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 있으므로, 기일이 끝난 뒤 반대신문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변호사와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 3. 아이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영상녹화물이 증거가 되는 경우는 무엇입니까?
아이가 법이 정한 사유로 출석해 진술할 수 없고, 녹화가 특별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증명된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됩니다. 제30조의2 제1항 제2호는 그 사유로 사망, 외국 거주,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를 들고 있습니다. 이 예외는 증명 책임을 지는 쪽이 요건을 입증해야 적용되므로, 보호자가 출석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정신적 질병이나 장애를 사유로 다툴 때는 의료기관의 소견이 자료로 제출될 수 있지만, 그 자료가 출석 불가 사유로 인정될지는 법원이 판단합니다. 보호자는 아이의 심리 상태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받아 담당 검사나 변호사와 공유하고, 출석이 어려운 사정과 출석할 경우 필요한 보호 조치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이 의견은 진단이나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자료가 아니라 절차상 참고 자료로 쓰인다는 점도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이 예외에는 두 가지 요건이 함께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출석할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녹화 당시의 질문 방식, 조사 환경, 동석자의 개입 정도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특별히 보장되었다고 증명되지 않으면 영상녹화물은 증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외국으로 이주하게 된 경우에도 거주 사실과 함께 녹화 과정의 적법성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므로, 이주 계획이 있다면 미리 담당 검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 4. 아이가 신문을 받게 되면 어떤 보호 장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까?
신뢰관계인 동석, 진술조력인 참여, 중계시설이나 가림시설을 이용한 신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4조는 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증인으로 신문할 때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하도록 정합니다. 13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는 진술조력인 제도를 통해 의사소통을 중개·보조받을 수 있으며, 진술조력인은 수사 단계뿐 아니라 재판 단계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0조와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는 피고인과 직접 마주하지 않도록 비디오 등 중계장치나 가림시설을 이용해 증인을 신문할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29조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연령과 심리 상태를 고려하고 조사 횟수를 필요한 범위로 줄이도록 배려 의무를 정합니다. 구체적인 신청 방식은 법원마다 운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증인 소환장을 받으면 해당 재판부나 증인지원 담당 부서에 미리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보호 장치는 신청해야 적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문기일 전에 요청 내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동석할 신뢰관계인을 정할 때는 아이가 편하게 느끼는 사람인지와 함께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인지를 살펴야 하며, 보호자 본인이 사건 관련 진술을 해야 하는 처지라면 다른 사람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 진술조력인이 참여했다면 재판 단계에서도 같은 진술조력인이 참여할 수 있는지 함께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5. 수사 단계 녹화 때 보호자가 확인하고 기록해 둘 것은 무엇입니까?
녹화가 법이 정한 방식을 지켰는지가 나중에 증거능력과 직결되므로, 조사 당일의 진행 상황을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30조의2는 영상녹화물이 제30조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녹화된 것일 것을 전제로 하고, 제30조는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녹화·보존하도록 정합니다. 또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녹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녹화하지 않도록 정하되, 가해자가 친권자 중 한 사람인 경우에는 예외로 둡니다.
녹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제30조의2가 적용될 영상녹화물 자체가 남지 않으므로, 아이의 진술은 다른 방식으로 기록되고 재판에서 신문을 받을 가능성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녹화 여부를 정하기 전에 이 차이를 담당 수사관에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호자가 준비하고 기록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사 일시, 장소, 시작·종료 시각과 중간 휴식 여부를 메모해 둡니다.
- 동석한 신뢰관계인과 진술조력인의 이름과 역할을 확인해 둡니다.
- 녹화 전에 녹화 사실을 안내받았는지와 녹화에 관한 의사를 어떻게 밝혔는지 적어 둡니다.
- 영상녹화물의 시청이나 관련 서면 사본 교부를 신청할 수 있는지 담당 수사관에게 문의합니다.
- 증거보전 요청 의사를 담당 검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기록합니다.
- 재판 단계에서 필요한 보호 조치(중계시설, 신뢰관계인 동석 등)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위 내용은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아동학대 관련 법률이 적용되는 사건은 각 법의 영상물 촬영 조항과 준용 규정을 따로 확인해야 하며, 사건 진행 중 개별 판단이 필요하면 변호사나 국선변호사 선정 여부를 담당 수사기관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